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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S - 테마여행
산 위의 건축

산을 향한 열망은 비단 등반가의 것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생애 가장 대담한 작품 역시 높은 산꼭대기에 있다.

 

메스너 마운틴 뮤지엄 코로너스

메스너 마운틴 뮤지엄 코로너스 | ITALY
때는 2003년, 이탈리아의 전설적 산악인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대담한 산악박물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우스 티롤과 벨루노의 몇몇 뷰포인트에 총 6개의 박물관을 짓는 역대급 프로젝트였다. 2006년 첫 번째 박물관이 문을 연 이후에도 설계와 공사는 10년 가까이 이어졌는데, 그 마지막 박물관이 해발 2275미터의 크론플라츠산 정상부에 위치한 메스너 마운틴 뮤지엄 코로너스Messner Mountain Museum Corones다. 사실 코로너스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유작으로도 유명하다(그는 2015년 건물을 완성했고, 2016년 사망했다).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유려한 곡선이 마치 불시착한 UFO처럼 독창적인 건축미를 뽐내는 한편, 동쪽의 리엔츠 돌로미트에서 서쪽의 오르틀러까지, 남쪽의 마르몰라다에서 북쪽의 칠러탈 알프스까지, 동서남북으로 꽉 찬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의 전경이 고스란히 관람객의 시야에 담긴다.

 

 

몽블랑 베이스캠프

몽블랑 베이스캠프 | FRANCE
기막힌 설경 포인트로 몽블랑 베이스캠프Mont-Blanc Base Camp를 빼놓을 수 없다. 샤모니 몽블랑 최고의 명소인 에귀뒤미디와 몽블랑 봉우리가 단번에 시야에 담기는 이곳은 일본 자연주의 건축의 거장 겐고 구마가 설계한 아웃도어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 블루 아이스Blue Ice의 본사 건물. 2016년 완공과 동시에 ‘내셔널 어워드 오브 프랑스 포 우드 컨스트럭션National Award of France for Wood Construction’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건축물과 주변 숲의 조화를 위해 껍질을 벗기지 않은 오크 나무 패널로 건물 전면을 마감한 점이 단연 눈에 띈다. 지붕과 대지의 경사면이 서로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한편, 솜털처럼 보드라운 파우더 스노가 건물 사방을 빼곡하게 둘러싼다. 자연광을 가득 끌어들인 내부 공간 역시 원목과 화이트 색조의 벽면, 가구들로 꾸며져 단정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웃도어 스포츠용품을 기획, 디자인하는 이들에겐 과연 꿈 같은 직장임에 틀림없다.

 

 

스플리트 뷰 마운틴 로지

스플리트 뷰 마운틴 로지 | NORWAY
고요한 북유럽 설원 위의 그림 같은 오두막. 여기는 노르웨이 남부 부스케루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스플리트 뷰 마운틴 로지Split View Mountain Lodge다. 오슬로 기반의 건축사무소 라이울프 람스타드 아르키텍테르Reiulf Ramstad Arkitekter가 디자인한 일종의 게스트하우스인데, 모든 외벽과 지붕을 동일한 목재로 마감해 건물이 여러 방향으로 뻗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구조로 통일되는 것이 특징. 온화한 목재 마감이 주변 풍광과 거부감 없이 어우러지는 한편, 각 방향의 모서리마다 전면 유리창이 자리해 조금씩 다른 각도의 경관을 보여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내부 역시 원목 인테리어를 통해 단정함을 강조했으며, 구석구석 알뜰하게 가구와 수납장을 배치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스키 명소로 이름 높은 일대 산지의 광활한 풍광이 여러 방향의 창문을 통해 시시각각 다른 빛깔을 뿜어낸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겨울철은 물론 사계절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즐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윈터 캐빈 온 마운트 카닌

윈터 캐빈 온 마운트 카닌 | SLOVENIA
험악한 기후로 악명 높은 슬로베니아의 카닌산은 세계 모험가들이 손꼽는 겨울 등반의 성지다. 워낙 폭설이 잦고 강우량이 많으며 때때로 지진이 발생하는 험지인 데다, 특히 한겨울이면 강력한 눈 폭풍이 일대에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험준한 암벽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이 산 정상부에 독특한 형태의 작은 건물이 비현실적 분위기를 뿜어내며 홀로 솟아 있다. 지난 2016년 겨울 등반가들의 피난처로 설치한 윈터 캐빈 온 마운트 카닌Winter Cabin on Mount Kanin이 그 주인공. 극단적인 날씨와 급격한 온도 변화, 거친 지형에 대응하는 목조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OFIS 아르히텍티OFIS arhitekti의 건축가들과 CBD의 구조공학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윈터 캐빈은 3개 층으로 구성된 소형 목조 구조물로, 최대 9명의 등반가를 위한 숙박 시설을 제공한다. 심플하고 기능적인 인테리어도 인상적이지만, 사실 이 건물의 하이라이트는 거대한 유리 파노라마 창문 너머로 마주하는 경이로운 자연경관이다.

 

 

<2019년 1월호>

 

에디터 류현경
사진 제공
라이울프 람스타드 아르키텍테르 www.reiulframstadarchitects.com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www.zaha-hadid.com
겐고 구마 & 어소시에이츠 kkaa.co.jp
OFIS 아르히텍티 www.ofi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