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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 PEOPLE
서점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서점을 탐구해온 소설가가 있다.

인문 에세이 <서점들>의 출간을 앞두고, 저자인 호르헤 카리온을 서울에서 만났다.

 

호르헤 카리온

북바이북에서 만난 스페인 소설가 겸 평론가 호르헤 카리온.

 

Q <서점들>에 대해 소개해달라.

세계 6대륙에 위치한 수백 곳의 서점을 탐구하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서점의 의미를 고찰하는 인문 에세이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를 여행했는데, 새로운 도시에 갈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역사적인 서점,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서점들을 찾아 나서곤 했다. 2012년쯤인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여행에서 돌아온 뒤 우연찮게 모아둔 자료와 수집품을 다 꺼내봤더니 그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방대하더라. 이걸 책으로 한번 엮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Q 여행지에서 서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점이야말로 그 도시나 국가를 해석하는 가장 완벽한 통로라고 느낀다. 어떤 서점에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국제적인 언어, 즉 공동의 코드가 존재하지만, 동시에 그 도시, 그 서점만의 특성도 함께 갖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책이 출판되는지, 현지인은 어떻게 책을 읽거나 고르는지, 이런 것들이 그 지역의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번 한국 방문 중 해방촌의 ‘고요서사’와 광화문의 ‘북바이북’을 방문했는데, 특히 북바이북의 경우 은행과 서점이 한 공간에 융합된 방식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공간 자체가 오늘의 서울과 한국에 대해 내게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Q 어떤 기준으로 방문할 서점을 고르나?

첫 번째 기준은 역사성. 한 나라의 문화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서점에 방문하는 걸 좋아한다. 두 번째 기준은 미학성이다. 그 도시의 예술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서점들을 우선적으로 찾는다.

 

 

서점
서점

<서점들>에 소개된 세계 여러 서점들의 모습. © jorge Carrión

 

Q 서점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꾸준히 변화해왔다. 현대사회에 있어 서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대화를 열어주는 공간 아닐까? 요즘은 스크린이나 인터넷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서점에 가면 사람과 사람이 육체적으로 만나고, 눈빛을 교환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과거 성당에서 이뤄졌던 활동들이 지금은 서점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나 싶다.


Q 오늘날 서점의 위기에 대해 많은 이들이 경고한다. 이에 관해 어떤 입장인가?

우선 종이 책의 종말에 대한 의견부터가 많은데, 우리가 책 읽는 것을 대체하기엔 다른 방법들에 아직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일례로 나 역시 과거엔 아이팟을 통해 많은 글을 읽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은 게, 아이팟으로 읽은 책의 내용은 회의나 연구에서 인용한 적이 없더라. 종이 책을 읽을 때는 손으로 잡거나 밑줄을 긋는 것과 같은 분명한 물리적 접촉이 있다. 그렇게 습득한 지식과 눈으로만 익힌 지식은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서점도 마찬가지다. 아마존과 같은 대형 인터넷 서점의 경우, 그 역할이 일부 지방이나 산간지역에서는 분명 중요할 거다. 배송을 통한 방식 외에는 책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으니까. 도시에서는 다르다. 주문 후 24시간 내에 책을 발송해주는데, 이런 즉흥성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만져보고, 고르고, 필요하다면 좀 기다렸다가 받아보는 경험 또한 소중하지 않나. 더불어 서점에는 책과 책이 자리한 실제적 공간이 있고, 내가 지적으로 어느 선까지 그 공간을 한정 지을지에 대한 물리적 한계도 뚜렷하다. 그래서 더 의미 있다고 느낀다.


Q 서점 여행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팁이 있다면?

<서점들>을 함께 가져가라는 것? 하하. 각 도시에서 가장 핵심적인 서점만 모았고, 수많은 정보가 농축돼 있으니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조언하자면, 여행지에 관한 가이드북은 현지의 서점에서 가급적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골라 구매했으면 좋겠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현지 작가의 취재, 현지 포토그래퍼의 사진에 다 들어 있다.

 

 

<2019년 1월호>


에디터 류현경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이봄 출판사 031-955-2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