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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가는 풍경, 논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논산을 찾았다.

넓은 평야지대로 이뤄진 고장에서 추위를 이겨낼 힘을 얻었다.

 

계절이 지나가는 풍경, 논산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 <11월>, 나희덕

 

11월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시인 나희덕의 <11월>이다. 가로수가 노랗고 붉게 물들기 시작한 게 엊그제만 같은데, 시의 첫 문장처럼 11월이 되니 낙엽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춥지만 한낮에는 아직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는 환절기. 하루하루 다가오는 건 더 추워질 날들 뿐이다. 겨울잠을 위해 부지런히 도토리를 주워 나르는 다람쥐처럼 월동 준비가 필요했다. 그럴 때 생각나는 곳이 내게는 외가가 자리한 논산이다. 이사를 잦게 다녀 고향이라 부를 만한 곳이 없는데 그럼에도 고향을 꼽자면 어린 시절 매 방학을 보낸 논산이다. 외가 마당에는 여름이면 살구가, 가을이면 감이 주렁주렁 열려 부지런히 따 먹고 배를 불렸다.

 

겨울이면 설향딸기로 유명한 논산은 수박, 포도, 복숭아 등 당도 높은 과일이 생산되는 곳이다. 논산의 옛 이름은 ‘놀뫼’라는 우리말로 ‘놀’은 넓다, 뫼는 ‘산’을 뜻한다. 실제 산으로 둘러싸여 찬바람이 들지 않고 일조량이 풍부한 넓은 평야로 기온이 높은 편이라 농작물이 잘 자란다. 2003년까지 논산에 속했던 계룡시는 조선 건국 당시 한양과 함께 수도로 거론되기도 했을 정도로 기운 좋은 땅이다. 공교롭게 나희덕 시인의 고향도 논산이다. 어떤 추위도 이겨내는 따뜻한 시선을 지닌 시인은 이 풍요로운 땅에서 먹고 자랐다. 그의 따스한 시선을 닮고 싶단 마음을 품고 논산으로 향했다. 어린 날 수십 번 오갔을 길을 여행길이라 생각하니 새삼 낯설고도 설렜다.

 

 

 

<2018년 12월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논산시청 www.nonsa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