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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S - 아시아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서, 히로시마

일본 주코쿠 지방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 히로시마는 화려하지 않지만 다채롭다.

도시와 역사, 자연이 경계 없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

 

노면전차로 관광지 둘러보기

 

노면전차로 관광지 둘러보기
노면전차로 관광지 둘러보기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노면전차다. ‘히로덴 電’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히로시마의 노면전차는 1912년에 운행을 시작해 100살이 훌쩍 넘었다. 최근에 만들어진 전차와 1910년에 만들어진 전차가 함께 도로를 누비는 모습은 낯설고 이국적이다. 히로시마역부터 시외의 미야지마구치까지 노선이 연결돼 있어서 전차로만 이동해도 웬만한 관광지는 모두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시내에서는 시속 20~30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느릿느릿 운행해 창밖으로 시내 구경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구간마다 소요 시간도 잘 지켜지는 편이라 관광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교통수단인 셈이다. 1회 이용 요금이 다른 교통편보다 저렴하고, 1일권(600엔)을 끊으면 하루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히로시마역에서 전차를 잡아타고 히로시마성, 슈쿠케이엔 정원이 있는 중심부까지 10~15분 남짓. 시내로 들어왔다면 다른 관광지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원폭 돔과 평화공원, 히로시마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혼도리 상점가도 도보 15분 거리다. 2호선은 미야지마행 페리가 정박하는 미야지마구치까지 운행한다.

 

 

오리즈루 타워에서 시내 내려다보기

 

오리즈루 타워에서 시내 내려다보기
오리즈루 타워에서 시내 내려다보기

오리즈루折り鶴는 종이학을 일컫는 일본어로, 평화를 상징한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백혈병으로 투병한 사사키 사다코라는 아이가 회복을 기원하며 종이학을 접었는데, 이것이 반전과 반핵의 상징이 된 것이다. 이렇듯 오리즈루 타워(www.orizurutower.jp)는 도시의 평화를 기원하는 곳이다. 1층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중간에 멈추는 층 없이 곧장 꼭대기인 R층까지 올라간다. 내리자마자 오리즈루 타워의 옥외 전망대이자 하이라이트 공간인 히로시마의 언덕 島の丘이 나타난다. 삼면이 외부로 뚫려 있어 히로시마 시내를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가까이에 원폭 돔과 평화공원, 히로시마성이 보이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바다 건너 미야지마까지 보인다.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바로 운영해서 히로시마의 젊은이들 사이에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충분히 전망을 즐겼다면 한 층 아래의 종이학 광장으로 내려가보자. 종이학 접기, 미디어 아트 체험 등이 준비돼 있다. 체험을 마친 뒤에는 건물 외부의 벽에 직접 접은 종이학을 날려보낼 수도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접은 종이학으로 채워져 알록달록한 모습으로 완성되는 중이다.

 

 

히로시마의 맛 탐험하기

 

히로시마의 맛 탐험하기
히로시마의 맛 탐험하기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서민들이 값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던 오코노미야키가 히로시마의 대표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히로시마현에만 2000개 넘는 점포가 있는데, 결정이 힘들 때에는 오코노미무라お好み村(www.okonomimura.jp) 를 추천한다. 1965년 문을 열고 50년 넘게 성업 중인 오코노미야키 마을이다. 4층 건물 전체에 오코노미야키 식당이 가득 들어서 저마다 철판 위를 오가는 손이 분주하다. 건물 2층의 점포, 신짱新ちゃん은 50년 경력의 주방장이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가장 오래됐다. 철판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오코노미야키에 생맥주를 주문한다. 히로시마식 레시피는 오코노미야키로 유명한 또 다른 도시, 오사카와는 많이 다르다. 반죽을 크레이프처럼 얇게 부친 다음 그 위에 양배추, 콩나물, 파, 오징어, 삼겹살, 면 등을 겹겹이 올려 익히는 식이다. 중간중간 말린 다시마와 가쓰오부시 가루로 맛을 더한다. 채소의 숨이 죽고 고기가 익을 때까지 눌러가며 구운 뒤 소스를 발라내면 완성. 채소와 고기의 감칠맛, 면의 쫄깃함까지 더해져 입안 가득 풍부한 식감이 느껴진다. 생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 여행의 고단함까지 떨쳐버릴 수 있다.

 

 

바다 건너 미야지마로

 

바다 건너 미야지마로
바다 건너 미야지마로
바다 건너 미야지마로

히로시마를 여행한다면, 미야지마는 빼놓지 않고 들러보길 권한다. 미야구치역에서 페리로 10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히로시마 여행자에게는 필수 코스다. 마쓰시마, 교토의 아마노하시다테와 더불어 일본의 3경으로 손꼽힌다. 섬이 가까워지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이쓰쿠시마嚴島 신사의 오토리이(신사 입구의 기둥 문)다. 섬을 찾는 사람들을 마중 나오기라도 하듯 바닷속에 기둥을 내리고 서 있다. 고대부터 ‘신이 머무는 섬’이라 하여 섬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던 미야지마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썰물 때에는 오토리이 아래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1996년에 오토리이를 포함한 이쓰쿠시마 신사와 그 주변 바다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 정도로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압도적인 모습에 감탄하며 선착장에 내리면 소풍 온 학생들과 외국인 여행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바다 건너 미야지마로
바다 건너 미야지마로
바다 건너 미야지마로

인파 사이를 유유자적 거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슴이다. 미야지마의 전설에 따르면, 사슴을 인간과 신을 연결해주는 사자라고 믿었다. 야생에서 나고 자란 사슴을 가두거나 막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두는 이유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다가서는 경우도 많아 사슴 근처에는 늘 웃음이 만발이다. 하지만 먹이를 주거나 통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괴롭히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니 주의할 것. 섬 안쪽으로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미야지마에서 가장 번화한 곳, 오모테산도 거리로 들어선다. 각종 기념품 상점과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상점마다 가장 앞에 진열한 것은 가지각색의 주걱인데, 행복을 불러들인다는 의미를 가진 이 섬의 특산품이다. ‘불러들인다’는 뜻의 일본 고어 ‘메시토루召し捕る’는 ‘밥을 푸다’라는 말과 음이 같다. 상점가를 지나다 보면 짭조름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굴을 굽는 냄새다. 미야지마는 파도가 잔잔하고 조류도 적당해 굴 양식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양식 역사가 무려 330년이나 된다. 겨울에는 제철을 맞아 한껏 살이 오르고, 풍미도 깊어진다. 알이 굵은 것을 골라 숯불에 찌듯이 구워 껍데기째 내어주면 레몬즙과 간장만 살짝 뿌려 먹는다. 길가의 식당으로 들어가면 굴 우동, 튀김, 카레 등 보다 다양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짭짤한 굴을 먹었다면 다음 코스는 모미지만주もみじ饅頭다. 단풍 모양의 만주로, 팥이나 초콜릿, 치즈를 넣어 굽는데 달짝지근한 맛으로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주전부리로 배를 채웠으니 섬의 더 깊은 곳으로 올라가봐도 좋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흐드러지는 모미지다니 공원을 지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센 원시림까지. 다 둘러보기엔 하루가 모자랄 만큼 다채로운 경치가 기다리고 있다.

 

 

 

<2018년 11월호>

 

에디터 송혜민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 여행박사 www.tourbak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