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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S - 유럽
알프스산맥의 소도시 탐방

그랜드 투어 표지판을 따라 알프스산맥에 자리한 소도시 4곳을 찾았다.

프리부르주에서 발레주까지 달리는 동안 만난 작고 개성 있는 도시들이다.

 

몽트뢰

 

몽트뢰
몽트뢰

새하얀 눈이 쌓인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호숫가에 야자수가 서 있다. 이 이국적인 풍경은 ‘스위스의 리비에라’로 불리는 레만호 동쪽에 위치한 몽트뢰Montreux다. 지중해성 기후로 알프스 자락의 다른 지역에 비해 기후가 온화한 편이며 찰리 채플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프레디 머큐리 등 유명인들이 살았다. 약 6킬로미터에 달하는 호수를 따라 벨에포크 스타일의 화려한 건축물이 줄지어 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 부티크 숍이 대부분으로 휴양지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몽트뢰로 오는 길 바로 옆 도시인 브베Vevey의 카페에서 그랜드 투어의 런치 박스를 구매했다. 카페 한편의 로컬 식재료 코너에서 틴케이스 런치 박스에 가공육과 치즈, 빵, 과일 주스를 채운 뒤 호반으로 나가 피크닉을 즐겼다. 면적이 582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레만호는 끝이 보이지 않아 마치 바다처럼 느껴진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시옹성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듯 우아한 자태로 서 있다. 바이런의 시 <시옹성의 죄수>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퓌이

퓌이

가을이면 스위스 전역의 거리에서 고소한 군밤 냄새가 난다. 발레주의 퓌이Fully는 대표적인 밤 산지다. 뒤로는 알프스산맥에 속한 그랑 무브랑란 산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론강이 흘러 풍부한 자연환경을 지녔으며 기후도 온화해 농작물이 풍성하게 난다. 밤을 수확하는 매년 10월에는 체스넛 페스티벌Fête de la Châtaigne이 열리는데, 올해는 13일과 14일 양일간 열렸다. 각종 공예품부터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 등 약 300개의 부스가 들어서는데 매년 평균 4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다. 축제장에 들어서면 장작불에 굽는 구수한 밤 냄새가 진동한다. 퓌이는 스위스 토착 포도 품종인 프티 아르빈이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해, 이를 이용해 와인을 빚는 로컬 와이너리도 축제에서 만날 수 있다. 과실 향이 풍부하고 끝에 기분 좋은 짠맛이 남는 와인과 밤이 잘 어울린다. 축제가 열리는 10월에 퓌이 밤나무 숲에 가면 무료로 밤을 딸 수 있다.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은 숲으로 가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보통 잠시 들르는 도시나 농촌 지역에 작은 호텔이 있어,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며 스위스의 목가적인 삶을 경험해봐도 좋다.

 

 

사용

 

사용

푸르른 언덕을 휘감듯 옛 건물이 들어서 있고 그 꼭대기엔 탑이 우뚝 섰다. 중세 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사용Saillon이다. 요새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은 크지 않으나 번화한 관광도시보다 운치 있어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 사용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스위스의 로빈 후드’라 불리는 요제프 자무엘 파리네트라는 사기꾼에 관한 이야기다. 19세기 인물로 위조지폐를 만들어 이를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는데 가난에 시달리던 서민들은 그를 영웅으로 받들었다. 마을 곳곳에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그의 그림이 표지판처럼 자리했는데, 총 21개로 모두 그의 삶을 표현했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산중에 형성된 드넓은 포도 농장까지 도달하게 되는데, 이곳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포도밭이 있다. 티베트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소유로 오직 4그루의 포도나무가 심겨 있는데 그의 평화 정신을 담아, 이곳에서 수확한 포도는 경매에 붙여 모두 기부한다. 이 포도밭에는 요제프의 21번째 그림이 있는데 와인잔을 들고 홀로 서 있는 그의 자유로워 보이는 모습이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난다.

 

 

생레오나르

 

생레오나르
생레오나르

동굴 입구의 계단을 내려가자 은은한 조명을 받아 푸른빛을 내는 호수가 펼쳐진다. 15세기에 마실 수 있는 물을 확충하기 위해 만든 언더그라운드 호수Underground L.다. 발레주의 생레오나르Saint-Léonard에 자리한 호수는 오랜 시간 동굴 천장까지 물이 차 있어 발견되지 않다가 지진 때문에 수심이 내려가면서 1949년에 드디어 관광객에게 열렸다. 현재는 일정한 수심이 유지되고 있으며 동굴 안에 있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수온이 무척 낮은 편이다. 보트를 타고 30분 남짓 투어를 진행하는데 노를 저어주는 투어 가이드가 호수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해준다. 호수에 사는 송어의 움직임부터 바닥까지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한 달에 한 번씩 호수 중앙에서 어쿠스틱 밴드의 소규모 공연을 진행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호수는 생레오나르 기차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 보통 걸어서 찾아가는데, 가는 길에 작은 포도밭을 마당 삼은 집들이 보인다. 역 앞 레스토랑 뷔페 드 라 가르Buffet de La Gare에서 발레주의 풍부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과 와인을 즐겨도 좋다.

 

 

 

<2018년 11월호>

 

에디터 김수현

자료 제공 스위스정부관광청 www.myswitzerland.com